[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No.2 해변의 일출 장면입니다^^ 제거 너무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1년’이라는 세월 속에 담긴 의미를 탐구해 보자.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이다. 따라서 1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의 뜻이 아니고) 우주(宇宙)의 운행 원리 즉 창조주가 정한 시간단위다. 이런 심오한 의미를 생각하면 인간은 경건한 마음으로 묵은해를 보내며 새로운 한 해를 맞아야 할 것 같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므로 1년(약 365일+6시간=총 8766시간)
 동안에 지구의 공전궤도를 완주한다. 태양까지 거리(1억5000만km)의 두 배에 원주율(3.14)을 곱하면 공전궤도의 길이 9억4200만km가 나오고, 이것을 8766시간으로 나누면 시속 10만7460km가 얻어진다. 이것이 1년이란 세월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 지구가 쉬지 않고 공전궤도를 달려야 하는 속도다. 이것은 지구상의 고속도로에서 평균 시속 100~200km 정도에 길들여진 인간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속도다. 

 지구의 공전궤도 위에는 신호등 같은 장애물은 없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원운동하는 모든 물체는 원심력을 받게 되고, 원심력의 크기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지구에 작용하는 이 원심력을 해결할 어떤 대책이 없으면 지구는 궤도를 벗어나 우주 속 미아가 되고, 우주 공간의 평균 온도는 영하 270도(섭씨)나 되므로 모든 생명체는 사멸한다. 그러나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주는 중력이라는 힘을 만들었고, 태양이 지구에 작용하는 중력이 원심력과 균형을 이뤄 지구를 궤도 위에 안전하게 유지시킨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지구의 공전궤도는 원이 아니고 타원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역비례해 변하므로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 유지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우주는 지구의 공전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가 멀어져서 중력이 작아지면 지구의 공전속도를 줄여서 원심력도 줄이고,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가 가까워져서 중력이 커지는 때는 지구의 속도를 높여서 원심력도 키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변화에 따라 지구의 공전속도를 조절하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면적속도(Area velocity) 일정의 법칙, 혹은 케플러의 법칙이라 부른다. 지구의 공전에 의해 지구와 태양을 잇는 직선이 쓸고 지나가는 면적의 크기가 단위시간당 변하는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다는 원리다. 이 원리 때문에 태양이 지구에 작용하는 중력과 지구의 공전으로 발생하는 원심력 사이에 균형이 유지되고 지구는 궤도 이탈 없이 안전하게 태양 주위를 일주하며 1년이라는 세월을 만들어 낸다. 

우주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심오한 원리를 지구 위에 서식하는 한 인간 케플러가 발견해 냈다는 것은 인간 능력의 위대함을 말해 준다. 그러면 지구 위에 이렇게 위대한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서 우주는 어떤 노력을 했나. 인간의 육체는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철, 칼슘 등 여러 가지 물질로 구성돼 있는데 지구는 이런 물질들을 생성할 능력이 없다. 지구보다 수십, 수백 배 큰 거대한 별들만이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압축되면서 그로 인한 고온·고압의 영향으로 핵이 융합해 여러 물질이 만들어진다. 

 지구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중력에 의한 압축의 크기가 충분하지 못해서 인간의 육체 조성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면 인체 조성 물질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들 물질은 거대한 별에서 만들어져서 초신성 폭발을 통해 그 잔재가 지구까지 날아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예컨대, 체중 70kg인 사람의 육체 속에는 (헤모글로빈을 만들기 위해) 4g 정도의 철(Fe)이 필요한데, 이 철을 생산하려면 태양 질량의 20배가 넘는 큰 별에서 수소를 원료로 철이 만들어지기까지 약 400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물리학자들의 계산이 있다. 

 인간을 탄생시키고 지구상에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전 우주와 억겁의 시간이 동원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심오한 우주사적 과정을 생각하면 매년 한 해를 보내며 또 새해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엄숙해질 정도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 전 세계적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자기 능력에 대한 소극적 평가는 물론 인생 자체에 대한 비관적 가치관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자살 인구가 33.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에 올라 있다는 소식은 경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생명에 감사하고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 인간 삶의 기본이 돼야 한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87호(2008.12.31일자) 기사입니다]

Posted by 어복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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